재미있는 항공상식

조종사는 강철체력, 20시간 비행근무?

마래바 | 승무원 | 조회 수 17751 | 2010.09.27. 14:27 2010.09.27 Edited

비행기는 조종사가 필요하다. 무인 항공기가 등장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사용이나 극히 제한적으로 민간 분야에만 해당하는 경우고, 그 밖에 대부분 항공기는 조종사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항공 분야에서는 조종사가 한 비행기에 2명 이상이 함께 근무하도록 되어 있다.  일부 항공사 CEO가 그 조종사 수를 줄여 한 명으로 비행하도록 하자고 하기도 하지만 안전상 아직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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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항공노선은 대개 12시간에서 14시간 비행하는 경우다.  이 정도 시간을 좁은 기내에서 지낼라치면 여간 고단하고 피곤한게 아니다. 몇 시간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하고, 통로 등을 서성이며 몸을 움직여 굳어진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조종사들은 더하다.  좁디 좁은 조종실 좌석에 꼼짝 못하고 그 장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럼 항공기 조종사들은 한 번 비행할 때 대체 몇 시간 정도를 비행하는 걸까?

보통 우리들 일하는 시간은 대개 하루 8시간 내외인데, 조종사도 이 정도 근무하는 걸까?

조종사는 도대체 몇시간을 근무하는 거야?

조종사는 도대체 몇시간을 근무하는 거야?


단거리 노선 경우라면 대개 승무원에게 허용되는 근무 시간은 최대 13시간 까지다.  근무시간이 13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근무시간이란 항공기를 조종하는 시간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항에 나와 비행을 위한 준비 브리핑 시각부터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그럼 장거리 항공노선에서처럼 12-13시간을 날아가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경우에는 조종사 한 명을 더 탑승토록 해 총 3명의 조종사가 항공기를 조종하도록 한다.  조종석이 2개이니 나머지 한 명은 잠시 쉬었다가 교대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3명의 조종사가 함께 비행하는 경우라면 최대 16시간 내지 17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생각해 보시라.. 항공기를 조종하기 위해 공항에 출두한 순간부터 자그마치 17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 그럼 현재 민간용 상업항공기 조종사가 한번 비행을 시작해 근무할 수 있는 최대시간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길..

자그마치 최대 20시간이다.  조종사 4명이 함께 비행하는 경우다.  두 명이 비행하는 동안에 나머지 두 명은 휴식을 취하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교대하며 비행한다.

실제 이렇게 20시간을 비행하는 경우가 있을까?

있다.  아니 적지 않다.  장거리 항공노선 중 비행시간만 14시간 이상 나오는 항공편의 경우에는 실제 근무하는 시간이 16시간을 넘기기 쉽기 때문에 조종사 4명 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떠신가?

여러분들이 타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최대 20시간까지 근무한다는 사실.. 아무리 중간에 휴식을 잠시 취한다고 하지만 항공기를 갈아타며 20시간 가까이 일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런 조종사들의 비행근무시간은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  항공법에 위에 설명한 것들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항공사도 이 규정을 어길 수 없다.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조종사의 이 근무 규정이 민간항공 도입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을 고려하지 않은 비 과학적인 근무조건이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조종사의 수급과 그에 따른 항공운임 인상 등이 맞물려 쉽게 결정하기는 힘든 사안이기도 하다.)

길면 20시간까지 근무하는 조종사는 강철체력?

길면 20시간까지 근무하는 조종사는 강철체력?

재미있는 예를 한번 들어보자.  (사실 별로 재미있지는 않다.  난감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야간 항공편이 인천에 도착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착륙하지 못하고 마침 착륙 가능한 군산공항으로 회항했다.  다시 인천공항으로 비행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인천공항 날씨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항공사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조종사 비행근무시간 때문이다.

조종사가 인천에서 방콕, 방콕에서 다시 인천으로 비행했기에, 군산공항에 착륙한 순간 이미 11시간 정도를 근무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날씨에 대한 법적 예외규정으로 2시간을 더해 총 15시간까지 비행근무할 수 있다지만 인천공항 날씨가 단시간 내 좋아지지 않으면 이 15시간을 초과해 버리기 십상이다.

최악의 경우 15시간이라는 비행근무시간을 초과해 해당 항공편이 군산공항을 출발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승객 여러분, 이 항공편은 인천공항 날씨로 인해 이곳 군산공항에 도착했으나, 인천공항 날씨가 회복되지 않고 조종사의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해 더 이상 비행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조종사가 도착해 운항할 예정이오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기내방송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승객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14시간 이상 근무에 집중해 피곤한 상태에서 다시 항공기를 조종하다가는 안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비행기가 아무리 최첨단이라고 해도, 그걸 운용하는 사람(조종사)이 피곤하고 지쳐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없다.

어쨌거나 놀랍지 않은가?  20시간을 연속해서 근무하도록 한다니 말이다.  그리고 그 20시간을 쉬지않고 근무에 임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니 더더욱 놀랍다.  이를 위해 조종사들은 부단한 비행훈련과 꾸준한 체력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치뤄지는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비행을 못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비행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많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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