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항공 수하물 무게, 32kg 로 제한하는 이유

마래바 | 수하물 | 조회 수 25266 | 2010.07.20. 08:40 2014.03.13 Edited

오늘도 새로운 하루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들이 나를 힘들게 할까? 히히 ^^

승객 한 분, 한 분 원하는 좌석을 제공하고 부칠 짐들을 목적지 확인해서 태그(수하물 표)를 잘 붙혀 벨트로 내려 보낸다.  별의 별 짐들이 다 있다. 라면도 있고, 이민 가방처럼 큰 가방도 있고, 해외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도 수하물로 부쳐진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수속밟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감에 넘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순간 눈 앞에 다가선 점잖게 생긴 신사분.

반갑게 (웃는 얼굴로) 대하고 여권과 항공권을 받아들고 좌석을 배정한다.  비상구 좌석을 원하신다.  다행이 좌석이 비어있고, 손님도 신체 건강한 분이라 마음놓고 드릴 수 있겠다.

"○○○ 손님, 이 좌석은 비상구 좌석이어서 비상 시에는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 주셔야 합니다.  이점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러겠다 하신다.  (당연하다 ^^;;)

부치는 가방이 있는 지 여쭙고 가방을 벨트 위에 올려놔 주십사 부탁 드린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운터 저울에 나타난 숫자...

'42kg'

32kg 도 아니고 42kg 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역시나 손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저.... 고객님, 부치시는 가방이 너무 무겁습니다.  조금 무게를 줄여 주시겠습니까?"

"짐 값 낼께요"

"아니..요..  저.. 그게.. 짐 값 내시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방 하나가 너무 무거운데요"

"에이~~ 이게 뭐가 무거워요. 벨트 위에 올려 놓으면 알아서 가는데.. 그러지 말고 부쳐줘요."

점잖게 부탁하는 이 신사분의 청을 들어주자니 규정상 문제가 되고, 그러지 않자니 다시 설명해야 한다.

"죄송하지만, 비록 부치는 가방이더라도 사람이 직접 항공기에 싣습니다.  이런 무게의 가방 한 두개 운송하는 것이야 괜찮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옮겨 싣는 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허리 다칠 수도 있거든요."

"아니 이렇게 벨트로 운반하는 거지, 사람이 직접 운반한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이곳 카운터에서 수하물 분류장까지는 이 벨트로 운송하지만, 마지막으로 컨테이너나 항공기에 옮겨싣는 작업은 사람이 하거든요."

손님의 얼굴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수긍하겠지만, 짐 줄이기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어쩌랴.  짐(Baggage)이 너무 무거우면 안되는 것을..

특히나 다른 항공사로 연결되는 짐들은 절대 무거우면 안된다.  짐을 넘겨받는 항공사 수하물 조업원들이 짐이 무거우면 거칠게 다루는 등  함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서지기도 쉽고, 짐 내용물이 없어지기도 한다.

수하물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실어 나른다.
수하물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실어 나른다.

그래서 전 세계 항공협의기구인 IATA 에서도 항공 수하물 무게를 32k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32kg 이지?  30kg 도 아니고 말이지.

이는 항공업무 표준이 만들어지는 문화적 배경과 시점이 서구였기 때문이다.  그네들의 무게 기준은 바로 파운드였던 것.. 사람이 적당히 운반할 수 있는 무게는 70파운드로 정했는데, 이게 32kg 인 것이다.  (항공업무 내부적으로도 파운드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무료 수하물 무게를 23kg 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무게 또한 50파운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행이 오늘 이 손님은 말이 통하는 분이다.  비록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규정이 그렇고, 사정을 듣고나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가지고 있던 다른 휴대용 가방으로 무게를 조금 옮기니 가방 무게가 26kg 내외로 줄어들었다.  가방 한개 무게는 32kg 미만이지만, 무료 무게인 20kg 이상이니 초과 요금이 나오는 걸 아는 이 손님, 짐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는데, 짐값 지불해야 한다고 말은 더 못하겠다.  누구 보는 사람 없겠지? ^^;;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신사분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멀쩡한 허리 하나 구했다는 자부심(?)에 흐뭇해하고 있다. ㅎㅎ


Profile image

마래바

(level 22)
51%
댓글 쓰기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꼬두기 2010.07.29. 14:42
센스있으시네요^^ 왜 저는 님같은 분께 항공기 탑승 안내를 받지 못했을까요?ㅠㅠ
아짐 2010.07.29. 21:29
32 에서 23키로로 바뀌었습니다. 미칠노릇이죠.
마래바 2010.07.29. 22:29
To 아짐 님,
23kg 은 무료 수하물 기준이구요..
이 글에서는 짐 한개의 무게가 32kg 으로 제한된다는 것을 언급한 겁니다. 물론 무료 수하물이 23kg 인 만큼 32kg 짐을 부친다면 9kg 초과 수하물 요금을 발생하겠죠.
  • 조종사가 관제탑 핑계대며 출발하질 않아요 [2]

    [부제 : 중국으로 통하는 항로는 언제나 러시아워] 며칠 전 트위터에 이런 멘션(Mention)이 올라왔다. "어휴~~ 누구 인천공항 관제탑 전번(전화번호) 좀 따 주세요. 조종사가 지금 관제탑 핑계만 대면서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않고 있네요" 정확하지는 않아도 이런 의미의 멘션이었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SNS 중 하...

    조종사가 관제탑 핑계대며 출발하질 않아요
  • 북경공항, 영문 호칭이 페이킹(Peking)인 이유

    전 세계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들이 제법 드물지 않다. 세인트 피터스버그(St. Petersburg)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작은 도시다. 그런데 이 보다 훨씬 먼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도시가 있는데, 다름아닌 러시아의 Saint Petersburg 다. 셍트페테르부르크 라는 도시다. 사람들에게도 이름이 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 ...

    북경공항, 영문 호칭이 페이킹(Peking)인 이유
  • 항공 수하물 무게, 32kg 로 제한하는 이유 [3]

    오늘도 새로운 하루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들이 나를 힘들게 할까? 히히 ^^ 승객 한 분, 한 분 원하는 좌석을 제공하고 부칠 짐들을 목적지 확인해서 태그(수하물 표)를 잘 붙혀 벨트로 내려 보낸다. 별의 별 짐들이 다 있다. 라면도 있고, 이민 가방처럼 큰 가방도 있고, 해외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도 수하물로 부쳐진다. ...

    항공 수하물 무게, 32kg 로 제한하는 이유
  •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방해하는 것들

    "오늘의 교통 상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 ~~ 다음은 하늘길 소식입니다. 현재 남부 지방의 국지성 강수로 인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부산행 항공편을 이용하 실 분들은 출발 전에 운항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근을 위해 부산한 아침 시간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멘트 중 하나다. 예정된 시각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방해하는 것들
  • 기내식 공장에 불이 났어요? 어떻게 해요?

    항공 여행 즐거움 중 하나가 기내식이다. 지상에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비록 미리 만들어진 음식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움직임이 적은 기내 공간에서 과식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며칠 전 런던 히드로(Heathrow) 공항에서 각 항공사로 기내식을 공급해 주는 기내식 공장 주변에 불이 났다. ...

    기내식 공장에 불이 났어요?  어떻게 해요?
  • 항공기 탑승, 왼쪽 문만 이용하는 이유는? [2]

    다른 세계로 떠나는 길목, 공항에서 느끼는 설렘.. 직업 때문이 아니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딩동~♬ 지금부터 로스앤젤레스행 xx 항공 17편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출발 시간이 되었나 보다. 서서히 가방과 옷을 챙기며 탑승구 앞으로 다가가자 내가 탈 항공기에 탑승하는 사람들 모습...

    항공기 탑승, 왼쪽 문만 이용하는 이유는?
  • 비상구 좌석이 항상 좋을까?

    항공기를 탈 때, 좌석은 그 여행의 편안함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어느 쪽 좌석으로 해 드릴까요?" "비상구 좌석 있나요? 가능하면 그 쪽으로..." 이런 대화는 공항 카운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화다. 솔직히 말해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좌석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

    비상구 좌석이 항상 좋을까?
  • 길이 막혀 비행기 못 가는데요? (노탐이란?)

    삐, 삐~익 !! 이곳으로 오시면 안됩니다. 통행 금지 구역입니다. " 어라 길이 없네? 혹시 자동차를 몰고 가시다가 이런 경험 없으신지.. 차량 네비게이션 믿고 길 가다가 보니 있다던 다리가 없거나 도로가 공사 중이었다던가 했던 경험 말이다. 세상의 정보는 정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하다. 과거의 기록은 정확성이 중요하겠...

    길이 막혀 비행기 못 가는데요? (노탐이란?)
  • 인천공항의 소속 도시가 서울이라고? [4]

    미국 공항 어느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 장면이다. "손님 어디까지 여행하십니까?" "서울 갑니다." 자, 이때 승객은 한국의 어느 공항으로 여행하는 것일까? 승객이 말한 서울이란 인천공항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승객이었다면 도착하는 공항이름이 인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마 십...

    인천공항의 소속 도시가 서울이라고?
  • 항공기에 테이프 붙여 정비한다? [4]

    항공기는 하늘을 나는 물건인 만큼 최첨단 장비를 자랑한다. 특히 최근 민간 제트항공기들은 이륙에서부터 착륙까지 자동으로 비행할 수 있을 만큼 GPS는 물론이고 각종 첨단 레이더, 항행 장비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최첨단 항공기가 날개에 테이프를 붙이고 비행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인터넷 공간에서는 한 ...

    항공기에 테이프 붙여 정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