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비행기 안에서 태어나면 국적은 어디?

마래바 | 승객 | 조회 수 22289 | 2009.01.24. 02:27 2014.10.21 Edited

2008년 12월 31일, 네덜란드를 출발한 노스웨스트 항공 59편에는 승객 124명이 탑승했다.

그런데 이 비행편이 보스톤에 도착했을 때는 125명이 되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이 글 제목으로 대충 눈치챘겠지만, 이 비행편이 미국 보스톤으로 날아오는 도중 비행기 안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간다 국적의 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 안에서 예상보다 일찍 아기를 출산했던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아기를 낳은 우간다 여성

비행기 안에서 아기를 낳은 우간다 여성

8시간 날아가야 하는  비행 시간 중 6시간 쯤 지나자, 임신한 우간다 여성이 승무원을 찾았다.

'혹시 이 비행편에 의사가 타고 있는 지?'

이 여성의 상태와 의사를 찾는 상황을 직감한 승무원은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의사를 확보할 수 있어, 그 도움 끝에 무사히 아기를 받아낼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 힘찬 울음을 터뜨리자, 기내의 모든 승객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고..

비행기 안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일단 사샤(Sasha)라는 이름이 붙혀졌으며, 6.5 파운드(2.95kg)의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참,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축하받을 일이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태어난 아기도 드물겠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기내 상황을 승무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조종사는 상당한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산모의 상태에 따라, 기내에 의사가 없기라도 했다면 그야말로 인근 공항으로의 회항(Diversion)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상식] 혹시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 항공여행과 의사 (2008/03/11)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태어난 아기의 국적은?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비행기를 타고 비행하다가 태어난 아기는 국적이 어딜까?

이 사례에서 볼 때, 어머니 국적을 이어받아 우간다?  아니면 아기가 태어난 시점에 항공기의 위치인 캐나다?  아니면 미국 항공사였으므로 미국?  참 애매하고도 궁금하다.

이 아기의 국적이 어떻게 정해질런지는 국적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 원칙을 먼저 참고해야 한다.

국적은 각국마다 정해진 법률과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국적 부여 원칙 때문에 국적을 놓고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적이 정해지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속지주의(屬地主義, Territorialprinzip)속인주의(屬人主義, Personalprinzip) 원칙을 들 수 있다.

즉, 태어난 장소에 따라 국적이 부여되느냐(속지주의), 태어난 장소와는 상관없이 부모 국적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느냐(속인주의) 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한가지 기준만을 적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원칙과 기준 때문에 이중 국적 혹은 무국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속인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어디서 태어나든 장소에 상관없이 부모 국적이 한국이면 태어난 2세도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났다 할 지라도 부모 국적이 한국이 아니면 아기에게도 한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자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무조건 미국 국적을 부여하는 이른바,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간혹 일부 부유층의 미국 원정출산이라는 우스운 행태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중 국적?  아니면?

이번 에피소드처럼 미국으로 향하는 미국 국적 항공기 안이었지만, 태어난 실제 장소는 캐나다 영역이었고, 부모 국적이 우간다였는데, 이 아기의 국적은 어디로 정해져야 할까?

미국에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아기

미국에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아기

캐나다와 미국 모두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만큼 이 두 국적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우간다 국적까지 포함해 세가지 국적들이 혼재되어 혼란이 생긴 셈이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특히 국제선의 경우는 비행기 안에 들어서면 목적지 국가의 영토로 생각한다.  실제 출발지 국가의 영토지만, 국제선 공항, 특히 출국 심사대 이후 공간은 공역(公域)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치외법권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이미 미국 영토에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나, 실제 이 항공기가 통과하던 위치는 캐나다 영공이었으므로 캐나다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우세한 상태다.

따라서 노스웨스트 항공 59편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적어도 2개의 국적은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어머니 국적인 우간다, 그리고 항공기 통과 지역이던 캐나다 국적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행, 미국적 항공기에서 태어난 아기이므로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자칫, 2개의 국적을 지닌 이중(二重)국적이 아닌 3중(三重)국적을 보유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


첨언하자면,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임산부가 탑승할 수 있는 기준을 임신 32주(약 8개월)로 삼고 있다.  32주 이상인 경우에는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 혹시나 이번 사태처럼 비행 중에 아기를 낳는 상황은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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