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조종사 기내식, 언제부터 따로 먹게 됐나?

마래바 | 기타 | 조회 수 1154 | 2017.02.20. 14:55 2017.04.28 Edited
  • 조종사, 같은 기내식 먹고 문제 있었다?

  • 미리 제작·보관하는 기내식 특성, 위생 민감

항공기 기내식은 그때 그때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보관시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위생이다.

보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위생 위험요소 또한 증가한다.

작년 말 베트남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일본 나리타에 도착한 승객 중 학생 34명이 구토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혹시 기내에서 취식한 음식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항공사는 물론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았다.

[항공소식] 베트남항공, 고교생 34명 식중독 증상 나리타 도착(2016/10/31)

하지만 검사 결과 항공기 기내식과는 상관없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출발하기 전에 호텔에서 취식한 음식이 원인이었다고 밝혀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업계는 왜 이렇게 긴장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내식이 안고 있는 태생적 위험요소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기내에서 데워먹는 수준이기 때문에 기내식을 제작할 때 위생을 저해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박테리아 등이 증식하면서 큰 위험을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meal_1.jpg
조종사, 서로 다른 음식 취식으로 위험성 분산

 

 

▩ 일본항공 기내식 식중독 사건(1975년)

  • 조종사, 다른 음식을 취식하게끔 만든 사건

기내식 위생 문제가 결정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서다. 1975년 2월 3일, 일본항공 여객기는 도쿄를 출발해 파리까지 비행하는 여정으로, 당시로서는 직항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앵커리지와 코펜하겐을 경유하는 스케줄이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앵커리지에서 다시 출발해 코펜하겐으로 비행하던 중이었다. 기내식을 취식한 승객 344명 가운데 196명, 승무원 가운데 1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인 것이다. 항공기가 코펜하겐에 도착하자 마자 143명은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중 30명은 위독한 상태까지 이르기도 했다.

식중독 발병은 앵커리지에서 탑재된 기내식이 원인이었다. 조사 결과 오믈렛 위에 얹혀진 햄 두조각 때문이었다. 14시간 30분 동안 섭씨 10도 정도에서 보관되었고, 탑재·비행시간 동안 약 14시간 실온 상태로 방치되었다. 그 동안 햄 속에 있던 포도상구균은 증식되었고 식중독 독소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었다. 당시 손에 상처가 있는 상태로 음식물을 조리했고, 포도상구균 증식이 억제되는 저온도로 보관하지도 않았다.

다행히도 당시 조종사는 앵커리지에서 교대 탑승한 팀으로 아침 식사를 이미 하고 탑승한 상태였기에 별도로 기내식을 취식하지는 않아 항공기 운항에는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이 사고로 직접적인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앵커리지 일본항공 기내식 담당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식중독 사고로 인한 유일한 사망자가 되었다.

 

meal_2.jpg

 

이 사고가 주는 교훈 중 하나는 비록 본의 아니게 조종사가 기내식을 취식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험성을 고려해 조종사에게는 일반 승객 기내식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 계속되는 기내식 사고

1976년에 당시 서독 보건 당국은 Spantax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중 오염된 마요네즈를 먹은 385명이 식중독 증세를 일으켰고 그 중에 2명은 사망했다. 1980년 호주에서는 쌍발 항공기 조종사가 비행 중 식중독 증세를 일으켜 정신을 잃었으나 승객이 가까스로 조종사를 소생시키면서 추락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1982년에는 Overseas National Airways 항공기(DC-8)가 리스본을 출발해 보스톤으로 비행하는 도중 조종사 및 승무원 10명에게 식중독 증세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항공기는 보스톤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1975년 일본항공의 교훈에 따라 조종사는 서로 다른 기내식을 취식했으며, 증상을 보인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취식한 타피오카 푸딩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 1천명 가까운 대형 식중독 사고, 영국항공(1984년)

  • 승무원, 승객 기내식이 아닌 전용 기내식 취식하는 계기

1984년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운항했던 영국항공 총 13편에서 1천 명에 가까운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승객은 물론, 승무원 심지어는 지상 직원까지 그 대상은 다양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과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승객 631명, 승무원 135명, 지상 근무자 약 100명에게서 식중독 증세가 나타나 결국은 2명의 사망자를 낳고 말았다.

감염 요인은 당시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에 사용된 젤리였다. 당시 일부 요리사가 복통으로 설사를 했으며 여기에서 오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젤리에 살모넬라균이 오염되었고 이것이 모든 젤리로 확산돼 기내식에 포함되어 버린 것이었다. 또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대량의 젤리를 3일 동안 상온에서 방치했던 것도 결정적인 식중독 사고 요인 중 하나였다.

당시 식중독 증세를 보인 승무원들은 모두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을 취했다. 승무원에게 제공되는 기내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 승무원들이 오염된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을 취식하며 사고가 확산되었다. 이 사고 이후 영국항공은 객실 승무원에게 일반 승객과 구분된 승무원용 음식만 취식하도록 지시했다.

 

meal_3.jpg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 퍼스트클래스 기내식

 

식중독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항공에 1989년 11월 21일 다시 한번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항공 소속 B747 항공기가 런던 히드로공항 인근 호텔에 부딪히는 충돌사고가 발생했는데, 기장 혼자 착륙을 시도하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부조종사(Co-pilot)과 항공기관사(Flight Engineer)는 기내식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켜 조종에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장 혼자서 정상적인 착륙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었다. 당시 항공기는 공항 정보, 착륙 조건 등의 여러가지 부수 작업을 수행하는 항공기관사의 부재가 결정적인 사고 이유였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조종사들은 서로 다른 음식을 먹었기에 기장이 무사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후 당시 기장은 소송에 직면했고 부조종사로 강등되었는데 몇년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1992년에는 페루 리마를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비행하던 아르헨티나항공(Aerolineas Argentinas) 소속 386편 여객기(B747)에서는 탑승한 승객 356명 가운데 65명이 콜레라에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해 그 중 한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 역시 오염된 기내식이 원인이었다.

 

 

▩ 조종사 서로 다른 음식 강제 규정은 없어, 자율 판단

  • 업계 전반에 걸친 자율적인 위험 분산 노력

민간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2명 이상 탑승한다. 하지만 중단거리 노선의 경우 조종사, 부조종사 이렇게 2명만 탑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제한된 조종사에 대해 기내식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서로 다른 음식을 취식한다. 이런 분위기는 대략 1975년 일본항공 기내식 식중독 사고 즈음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모든 항공기 조종사들이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음식을 먹도록 하는 규정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법적으로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 대답이 된다. 1975년 이후 업계 자체적으로 관련 분위기에 따라 위험을 분산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강제 규정까지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조종사들 모두가 식중독에 걸려 위험을 당했던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 #기내식 #승무원 #식중독 #테러 #항공기 #항공사 #비행 #파일럿 #Pilot #감염 #오염 #살모넬라 #콜레라 #포도상구균 #비상착륙 #일본항공 #영국항공

Profile image

마래바

(level 22)
63%
댓글 쓰기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Wonho76 2017.03.06. 10:07

기내식에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항공사직원 2017.03.09. 08:14
To Wonho76 님,

사실 지금도 소소한 사건들은 적지않게 생기죠..

특히 땅콩이나 유제품 등 알러지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긴 합니다.

수하물 지연·분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몇가지

수하물 지연·분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실 몇가지

수하물 지연, 항공 여행시 가장 짜증나는 일 도대체 얼마나 지연되고 분실되는 걸까? 그러면 보상은 어느 정도나 가능해? 세상 일에 완벽은 없다. 항공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항공기 탑승 시 맡기는 짐은 반드시 도착지에서 되돌려 받아야 하지만 종종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 여행 중 지연되거나 잃어버리는 짐...
continue reading

  • 쥬드 ·
  • 조회 수 807 ·
  • 2 ·
  • 댓글 0 ·

항공사 운항 매출, 80% 이상이 프리미엄 클래스에서 나와

항공사 운항 매출, 80% 이상이 프리미엄 클래스에서 나와

매출 80% 가량이 프리미엄 클래스에서 나와 부담 적은 프리미엄 이코노미클래스 도입 증가 민간 여객기를 이용할 때 가장 부담되는 것이 항공요금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저렴한 항공권을 구하려고 애쓰고, 이런 수요 때문에 저비용항공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보통 여객기 좌석은 퍼스트, 비즈니스, 이코노...
continue reading

혼잡 줄이고 가장 빠른 항공기 탑승 방식은?

혼잡 줄이고 가장 빠른 항공기 탑승 방식은?

탑승방식에 따라 탑승 소요시간 달라져 무작위·윌마 방식이 가장 빠르고 만족도 높아 공항 터미널, 눈 앞에 항공기가 보인다.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 줄 비행기다. 어느 덧 탑승시간이 되자 탑승구 앞에서는 탑승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비즈니스클래스 고객님 탑승...
continue reading

조종사 기내식, 언제부터 따로 먹게 됐나?

조종사 기내식, 언제부터 따로 먹게 됐나?

조종사, 같은 기내식 먹고 문제 있었다? 미리 제작·보관하는 기내식 특성, 위생 민감 항공기 기내식은 그때 그때 신선하게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보관시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위생이다. 보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위생 위험요소 또한 증가한...
continue reading

누가 최장거리 노선? 카타르? 에어인디아?

누가 최장거리 노선? 카타르? 에어인디아?

카타르항공, 최장거리 오클랜드-도하 노선 취항 에어인디아, 뉴델리-샌프란시스코 노선이 더 긴데? 현재 기술로 개발된 민간 항공기는 중간 급유없이 최대 약 22시간 내외를 비행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비행하려면 승객도 화물도 없이 거의 빈 비행기여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그럼 현실적으로 상용 목적으로 비행 가능한 ...
continue reading

항공기 타이어 속 기체는 무엇? 몇개월마다 교체?

항공기 타이어 속 기체는 무엇? 몇개월마다 교체?

항공기 타이어는 엄청난 압력과 고열을 견뎌야 그래서 타이어 내부 기체는 질소를 사용 어마어마한 크기의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뜨고 내린다. 그 육중한 무게를 감당하느라 그런지 착륙하는 항공기 타이어에는 스파크가 일듯이 연기가 피어 오른다. 간혹 이런 무시무시한 무게를 감당해야 하므로 항공기 타이어가 통고무일...
continue reading

  • 쥬드 ·
  • 조회 수 932 ·
  • 3 ·
  • 댓글 0 ·

항공 기내 오락물, 영화는 언제부터? 그리고 미래?

항공 기내 오락물, 영화는 언제부터? 그리고 미래?

영화, 비행기는 거의 동시대에 태어나.. 기내 오락물의 대명사, 기내 영화 변천 백여년 전 비행기라는 것이 등장할 때만 해도 하늘을 나는 것 자체에 열광했다. 하지만 비행기 제작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비행하는 동안 뭔가 즐길거리가 필요했다. 기내에서 즐기는 기내식이 등장하고 이를 위해 ...
continue reading

최초의 온라인 항공 예약시스템, ReserVec

최초의 온라인 항공 예약시스템, ReserVec

1963년 사상 처음 온라인 항공 예약 시스템 등장 ReserVec, 더 발전하지 못하고 SABRE에 뒤져 우리는 예약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며 살아간다. 한 두사람과의 약속이라면야 수첩에 메모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수천·수만명과의 약속은 수기로는 불가능하다. 항공 예약시스템 역시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continue reading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살아남은 승무원

10킬로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살아남은 승무원

낙하산 없이 지상 10킬로미터에서 떨어져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기록의 주인공은 승무원 사람의 몸으로 낙하산 없이 공중에서 떨어져 살아 남을 수 있는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재수없으면 그냥 길에서 넘어져도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지만, 반대로 저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
continue reading

  • 쥬드 ·
  • 조회 수 916 ·
  • 5 ·
  • 댓글 0 ·

항공기 좌석 등받이는 얼마나 젖히면 적당한가?

항공기 좌석 등받이는 얼마나 젖히면 적당한가?

항공기 좌석 등받이는 편안함이 목적 뒤 사람에게는 불편함 초래, 배려·매너 필요 여객기는 그 공간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짧으면 1시간 내외지만, 길면 10시간 이상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다소 민감해지기 십상이다. 특히 '나의 공간'...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