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항공기는 규정된 점검이 이루어진다 해도 예기치 못한 고장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항공기 고장을 '불가항력적인 상황(Act of God)' 이라는 분류에 포함시키는 이유이며, 이런 고장으로 인한 불편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것 외 법적인 보상은 없다. 물론 정해진 절차에 의해 법적 요건을 준수해 정기, 수시점검이 실시됐다는 전제 하에서다.

며칠 전(주1) 마카오에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항공기가 항공기 정비 문제로 하루 넘게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항공기 조종실의 윈드실드(Windshield) 크랙 때문이었다. 안티아이싱(Anti-Icing) 부품 문제도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 항공기가 장시간 지연된 사유는 윈드실드 크랙 때문이다.

 

windshield_a321.jpg
A321 항공기 조종실 윈드실드

 

윈드실드는 자동차 등에서 전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바람막이' 부품이다. 운전자가 직접 눈으로 전방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투명한 글래스(복합 소재)로 되어 있다. 문제는 외부 충격과 마찰에 다른 부위보다 쉽게 노출된다는 데 있다. 전방의 바람이나 이물질이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역시 마찬가지여서 조종실 전면부 창을 윈드실드(Windshield)라고 하며 그 특성 상 다른 여타 부위보다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종종 크랙이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드문 일은 아니다.

이번 에어부산 항공기 고장에 따른 지연을 보면서 '왜 그렇게 오랜 시간 지연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비라고 하면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엔진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조종실 앞 창문 하나 바꾸는데 하루 넘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윈드실드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윈드실드 부품 자체를 교체하는 작업은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품만 있다면 1시간 내외면 교체는 완료된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자동차 전후방 창문을 교체해 본 분들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교체 이후에 필요한 것이 완전히 밀착해 고정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항공기 조종실 창문 역시 글래스를 교체하는 과정에서의 접착제 등이 완전히 고정, 밀착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며, 종류에 따라 상이하기는 하지만 대략 24시간 내외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어부산은 새벽 2시 5분 출발하려던 항공기 윈드실드에서 크랙을 발견했지만 4시 경이 되서야 출발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하고 승객들을 인근 호텔로 안내했다. 정확한 내역을 알 수는 없지만 단순히 안티아이싱 부품에 문제 때문에 24시간 지연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결정적인 이유는 윈드실드 교체와 그에 따른 시간적 문제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이번 에어부산의 조치 내용을 볼 때 윈드실드 교체 필요하다는 판단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주2)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윈드실드 교체에 장시간 소요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크랙 리미트(Limit, 한계치) 등을 고려해 운항 여부 결정을 망설이는데 시간을 빼앗겼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제의 항공기(HL7711, A321)는 다음 날인 12일 오후 2시 52분 마카오공항을 출발해 오후 6시 33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예정 스케줄보다 36시간 가량 지연해 비행한 것이다.

 

 

 


(주1) BX382, 2016년 1월 11일 (출발: 마카오, 도착: 부산)
(주2) 보도 내용으로 보아 마카오 도착 시 이미 해당 문제(윈드실드 크랙)를 인지했으며 이때부터 새벽 4시까지는 무려 3시간 넘게 운항할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임

 

#윈드실드 #항공기 #조종실 #창문 #크랙 #에어부산 #Winshield #정비 #교체 #지연 #마카오 #Air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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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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