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스튜어디스라는 표현이 사라진 이유?

마래바 | 승무원 | 조회 수 5665 | 2015.01.09. 20:25 2015.01.28 Edited

‘항공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승무원’이다. 그것도 예쁘고, 친절한 여승무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대단히 높다. 승무원 모집 경쟁율이 보통 수 십에서 수 백대 일까지 높은 편에 속한다.

승무원이라는 영어 명칭으로는 보통 ‘Flight Attendant’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스튜어디스(Stewardess)’ 라는 명칭이 더 흔했다. 물론 지금도 이 명칭을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 왜 ‘스튜어디스’ 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점차 사라지고 있는 걸까?


먼저 스튜어디스(Stewardess)의 남성 명칭인 스튜어드(Steward) 어원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영어 사전에 보면 스튜어드(Steward)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 다른 사람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
  • 다른 사람의 재산을 책임지고, 구매, 유지하며 하인들을 관리하는 사람
  • 클럽, 식당 등에서 테이블, 주류, 종업원을 관리하는 피고용인 하녀, 웨이터 등을 감독하는 사람
  • 배, 기차, 버스 등에서 승객의 편의에 책임을 진 피고용인
  • 항공기 탑승 도우미
  • 특정한 기능을 감독하거나 조직하는 사람

'스튜어드(Steward)'는 유럽 중세시대에 재산을 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당시에는 ‘Stigweard’ 라고 불렀는데 stig 는 고어(古語)로 ‘돼지우리’를 뜻하고, weard 는 ‘파수꾼’을 의미했다. 즉 중요한 재산이었던 돼지, 그 ‘우리를 관리하던 관리인’, '청지기' 정도의 뜻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청지기정신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Stewardship' 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영주의 장원이나 저택에서 피고용인 즉, 하녀나 요리사, 청소원 등을 관리, 감독하고 재산 관리나 회계 일도 맡아 하는 직책으로 바뀌었다. 이 명칭이 시간이 흐르면서 stiward, steward 로 변했고, 배나 기차 등에서 승객 편의를 책임지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steward 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비행기로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승무원 체험담을 담은 책, Coffee, Tea or Me? 삽화

스튜어디스(Stewardess)는 남성을 뜻하는 스튜어드(Steward)에 여성 접속사(-ess)를 붙힌 표현이다. 1960년 후반까지 ‘스튜어디스’ 라는 용어는 여승무원을 뜻하는 일반적인 표현이었으나, 1967년 한 권의 책 출판이 스튜어디스라는 용어를 이상한 뉘앙스로 만들어 버리는 기폭제가 된다.

Eastern Airlines 스튜어디스 출신 미국인 여성 2명(Trudy Baker 와 Rachel Jones)이 자신들의 체험담을 토대로 ‘Coffee, Tea or Me?’ 라는 책을 출판했다. 제목부터 묘한 느낌을 자극했다. ‘뭘 드시겠어요? 커피? 차? 아니면 나?’ 이런 의미인데, 기내에서 흔히 음료수를 제공하는 표현인 ‘Coffee or Tea?’ 를 빗댄 표현이다. 그 내용 역시 흥미를 자극하는 스캔들을 소재로 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2명의 전직 승무원 이야기를 소재로 재구성한 저자 Donald Bain 의 약간의 상상력이 가미되며 실제 체험담으로 보기에는 다소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은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항공사들은 발빠르게 그 인기를 이용해 마케팅을 벌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미국 내 여성단체들은 항공사가 여승무원을 성상품화 한다고 맹렬히 반대하며 비난했고, 급기야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튜어디스는 왠지 남녀를 차별하는 듯한 용어로 인식되어갔고, 급기야 1990년대 Political Correctness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종교·성차별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 분위기와 겹치면서 스튜어디스(Stewardess)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African American, Chairperson, Spokesperson 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태어난 것과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항공업계 역시 스튜어디스라는 용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피하고자 대체 용어를 찾기 시작했고 선택한 것이 바로 ‘승무원(Flight Attendant)’ 이다. 이후부터는 승무원을 칭하는 표현으로 남녀 가리지 않고 'Flight Attendant' 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 영어권에서는 아직 남녀를 구분해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프랑스는 남승무원은 ‘스튜아흐드(Steward)’로, 여승무원은 ‘오테스들레흐(hôtesse de l'air)’를 사용한다. ‘오테스’는 호스테스(Hostess) 즉 ‘여주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코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표현과 용어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 스튜어디스라는 용어 또한 우연치 않은 사건과 시대 분위기로 인해 남녀 차별, 구별 등을 뜻하는 이상한 뉘앙스로 바뀌어 버린 탓에 영어권 지역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되어 버렸다.

참고로 스튜어디스 라는 용어를 비호감 표현으로 만들어버린 주인공인 논란의 주인공인 ‘Coffee, Tea or Me?’ 라는 책은 1967년 이래 현재도 재출판되어 판매되고 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책에는 여전히 스튜어디스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


Coffee, Tea or Me?


Profile image

마래바

(level 22)
71%
댓글 쓰기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왜 얼굴하고 이름하고 달라? - 콜사인(Call Sign) 이야기

항공기는 비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륙, 비행 그리고 착륙해 멈춰 서기까지 끊임없이 관제(Air Control)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 조종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다른 비행기나 이동 물체 등을 관제기관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상용 비행기는 관제와의 교신을 위해 고유의 이름을...
continue reading

항공사고 보상금은 왜 나라마다 다른가?

저먼윙스 항공기 추락사고는 전 세계 항공업계에 적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크게 변화하는 부분이 조종실에 조종사를 한 명만 둘 수 없도록 강화되는 점이다. 저먼윙스 사고는 부조종사가 조종사가 화장실 간 틈을 타 문을 걸어잠그고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당사국...
continue reading

엔진 네개짜리 항공기도 ETOPS 적용한다고?

엔진 네개짜리 항공기도 ETOPS 적용한다고?

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날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딘가에는 착륙해야 한다. 다행히 지상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바다 위를 날다가 이런 일 당하면 낭패다. 바다는 지상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 애초에 수상 비행기가 아닌 바에야 말이다. [자유게시판] 항공기는 물 위에 착수하는 것이 지상 착륙 보다 쉬울까? 특히 엔...
continue reading

최초의 흑인 항공 객실 승무원

지금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일부 나라, 지역에서 여전히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하하거나 동료로서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항공 분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상에서의 차별이 3만 피트 상공에서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기록 상으로 ...
continue reading

저비용항공사 운영 원칙과 성공 방정식

저비용항공사 운영 원칙과 성공 방정식

저비용항공 전성시대다. 비교적 도입이 늦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은 오래 전부터 저비용항공이 그 저변을 넓혀왔다. 유럽의 라이언에어, 이지제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스피리트항공, 아시아의 에어아시아 등은 저비용항공으로 성공적이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과연 어떻게 운영하길래 저비용항공...
continue reading

항공 승무원 해외 체류 호텔, 왜 외진 곳을 이용?

항공 승무원 해외 체류 호텔, 왜 외진 곳을 이용?

항공 승무원들이 해외 노선 항공편에 탑승하여 비행을 하는 경우,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노선 외에는 대개 현지에 하루 이틀 체류했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승무원들은 회사에서 미리 계약한 현지 호텔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다. 며칠 전 언론은 한 항공사가 승무원들이 해외 체류 시에 묵어야 하...
continue reading

저비용항공사는 박리다매, 그래서 영업이익률 짜다? file

저비용항공사는 박리다매, 그래서 영업이익률 짜다?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은 기본적으로 값싼 항공권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이런 환경에서 이익을 내려면 많이 팔아야 한다. 일반 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가 비행기 한편에 100명 태울 때, 저비용항공사는 150명, 200명 태워야 한다. 항공권 가격이 절반 또는 그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면 저비용...
continue reading

스튜어디스라는 표현이 사라진 이유? file

스튜어디스라는 표현이 사라진 이유?

‘항공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승무원’이다. 그것도 예쁘고, 친절한 여승무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대단히 높다. 승무원 모집 경쟁율이 보통 수 십에서 수 백대 일까지 높은 편에 속한다. 승무원이라는 영어 명칭으로는 보통 ‘Flight Attendant’ 라는 표현을...
continue reading

청주공항 회항한 제주항공, 승객을 기내에 가둔 이유는?

그제(4일) 사이판을 출발해 인천공항 도착 예정이었던 제주항공(7C) 3401편이 인천공항 도착 즈음에 짙은 안개로 착륙하지 못하고 대체 공항인 청주공항으로 회항했다. 더군다나 이 항공편은 사이판에서 출발이 6시간 정도 지연된 상태였으며, 청주공항으로 회항하고도 승객들은 기내에 4시간 가량 가둬(?)두는 바람에 승객...
continue reading

6시간 동안 하늘을 뱅뱅, 비행기 사연은?

6시간 동안 하늘을 뱅뱅, 비행기 사연은?

비행기는 멈출 수가 없다. 일단 비행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어딘가에는 도착하고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비행기 하나가 브뤼셀 상공에서 빙빙 돌고 있다. 착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행기는 브뤼셀을 출발해 미국 필라델피아로 향하던 US Airways 소속 751편이다. 그런데 이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