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항공상식

6시간 동안 하늘을 뱅뱅, 비행기 사연은?

마래바 | 항공기 | 조회 수 4344 | 2014.10.25. 21:07 2014.12.01 Edited

비행기는 멈출 수가 없다.

일단 비행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어딘가에는 도착하고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비행기 하나가 브뤼셀 상공에서 빙빙 돌고 있다. 착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행기는 브뤼셀을 출발해 미국 필라델피아로 향하던 US Airways 소속 751편이다. 그런데 이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 아일랜드 상공을 비행하던 중 비행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출발지 공항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 기장은 고민했고 규정상 결국 브뤼셀 공항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브뤼셀 공항 인근으로 되돌아 온 이 항공기는 공항으로 바로 착륙하지 못했다. 브뤼셀 상공을 뱅뱅 돌았다.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가 겨우 브뤼셀 공항에 착륙했다. 브뤼셀 공항을 이륙한 지 6시간이나 훌쩍 지나 버린 시점이었다.

왜 이 비행기는 브뤼셀 상공에서만 거의 5시간 가까이 뱅뱅 돌았을까?


원인은 연료 때문이었다. 항공기에 가득 실린 연료...

항공기는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의 항공기 동체가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 모든 항공기는 이륙할 때보다 착륙할 때 더 많은 힘(충격)을 받는다. 중력 때문이다. 따라서 이륙할 때보다는 착륙할 때의 항공기 무게가 적어야 한다. 그래야 착륙할 때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공기 무게 중 상당 부분은 연료가 차지한다. 승객 싣고, 화물 싣고, 연료 가득 싣고... 이 상태에서 항공기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연료를 버리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항공기가 이륙했다가 다시 비상착륙 할 때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연료를 버린다. 항공기 외부로 배출해 버리는 것이다.

[항공상식] 연료, 버려야 산다 !!


연료를 배출하는 장면

이렇게 말이다. 이걸 덤핑(Fuel Dumping)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항공기가 다 이렇게 연료를 강제로 배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로 대형, 장거리 항공기종에게는 이런 연료덤핑(Fuel Dumping) 장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항공기종도 있다.

불행히도 US751편 항공기종이 바로 그런 기종이었던 것이다. B757 기종에는 연료 강제배출장치가 없다. 그래서 항공기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료를 태워서 없애는 방법 밖에 없었다. 브뤼셀 상공을 선회(홀딩, Holding)하면서 연료를 소모했고, 착륙 가능한 무게가 될 때까지 하늘을 비행했던 것이다. 무려 5시간 가까이 말이다.

승객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답답했을까? 눈 앞에 발 아래 보이는 공항을 5시간 가까이 지켜만 보면서 마음 졸였을 것을 상상하니 내가 다 불안하다.

일반적인 민간 항공기종 중에 연료 덤핑(Fuel Dumping) 가능한 기종으로는 록히드 L-1011, DC-10, MD-11, 보잉 B747, 에어버스 A340 등 엔진을 3개 이상 가진 기종들이 대부분이고, B777, B787 등 최근에 개발된 기종들은 대개 연료 덤핑 장치를 가지고 있다.

반면 B737, A320, B757, MD-80, B717 기종처럼 소형급에 속한는, 그래서 주로 중단거리 노선을 비행하는 기종들은 대개 연료덤핑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중형급에 속하는 B767, A300, A310, A330 등의 기종들은 항공사 요청에 따라 연료덤핑 장치를 장착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 당시 기내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있는데, 다들 비상 시를 대비해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평생 기도할 분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도가 이 시간 하나님을 귀찮게 했을 듯 싶다.


당시 기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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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2014.11.10. 23:39
비상용 산소공급장치는 불과 십수 분 정도의 분량 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있었는데 요즘 나오는 비행기는 다른가요?
마래바 2014.11.11. 08:07
To 태클 님,
네, 말씀처럼 산소공급장치는 15분 정도만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마 이 때는 당장 산소가 부족했었던 것은 아니고, 불안한 기내 상황 때문에 산소공급장치가 내려와 있었던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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