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다가 목적지 지나쳐버린 조종사

마래바 | 항공사 | 조회 수 13520 | 2009.02.03. 22:01 2009.02.22 Edited

난 졸음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면 앉아서 조는 경우가 있다.

출근할 때나 학교에 등교할 때 어느 정도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이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중간에 서너번 깼다 졸았다를 반복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잠이 많아 졸면서 가는 것이 버스 안 승객 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형 민간 항공기는 첨단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 자동 비행이 가능하다는 데, 이럴 때 조종사들은 무얼 할까?  신문을 볼까?  아님 여가 시간을 이용해 독서라도 하는 것일까?

얼마 전 미국 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교통안전위원회)는 민간 항공편 하나가 조종사의 졸음 때문에 목적지를 지나쳐 날아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고 발표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의 주인공은 Go! 항공 (http://www.iflygo.com/)으로, 지난 2월 13일 승객과 승무원 40명을 태우고 힐로(Hilo)에서 호놀룰루(Hololulu)로 비행하던 1002 항공편으로 목적지인 호놀룰루를 지나쳐 날아갔었다고 한다.

물론 해당 항공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즉시 기수를 돌려 호놀룰루에 무사히 착륙하긴 했지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기장은 53세로 충분한 비행 경험이 있었지만, '하와이의 따뜻한 태양빛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고 해당 사고 조사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부 조종사는 비록 잠에 들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 항공기는 약 20분 동안 기장이 졸고 있는 사이에 정해진 항로에서 벗어나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상태였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이마저도 목적지인 호눌룰루를 지나쳐 버린 상태여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했었다.

잠에서 깬 기장은 결국 비상 상황(Emergency Call)을 선언하고 기수를 돌려 호눌룰루로 되돌아와 무사히 착륙했다.

눈 감고 뭐하는겨?

눈 감고 뭐하는겨?

법적으로 항공기는 연료를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날씨 등의 비정상 상황으로 인해 착륙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예비연료를 싣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 예비연료라는 것을 무한정 많이 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의 Go! 항공 1002편이 목적지를 지나쳐 버렸기 때문에 탑재한 예비연료를 이미 사용하기 시작한 상태였던 것이다.  만약에 이 항공기 조종사가 20분이 아니라 30-40분만 더 졸았더라면 만의 하나 호놀룰루로 되돌아 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던 것이다.

대형 항공기는 일반 자동차와는 달리 자동 조종장치가 있어 항로 등 몇가지만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비행할 수 있다.  심지어 착륙 조차도 항공기가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 항공기는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비행기가 자동 비행한다고 하더라도 조종사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결코 할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 순간 이동 구간의 관제 주파수를 맞춰가며 교신해야 하고, 항공기의 위치 등을 보고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혹시 여러분이 항공기를 타고 비행하던 중 도착 예정시간을 넘어서도 항공기가  고도를 낮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한번쯤 의심해 볼 수 있다.  '이거 도착지 공항을 지나쳐 버린 거 아냐?' 라고 말이다.  ㅋㅋ


참고로 항공기에는 연료를 어떤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양을 실을까?

소위 법정연료라고 하는 기준이 있는데, 정해진 출발지 - 목적지를 날아갈 수 있는 연료량(①)과 목적지 공항에 문제가 생겨 다른 공항에 착륙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한 목적지 - 교체공항 간을 비행할 연료량(②)을 실어야 한다.

거기다가 교체공항에 도착해서도 30분간 상공에 체공할 수 있는 연료량(③)에 비상 예비연료로 전체 연료의 10% 분량(④)의 연료까지 탑재해야 한다.  이건 법으로 정해져 있어 ①+②+③+④ 분량의 연료는 어느 항공편이나 지켜 실어야 한다.  물론 날씨가 아주 좋거나 다른 요건이 허락하면 목적지 - 교체공항까지 날아가는 연료는 탑재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위 사례처럼 조종사가 졸아 목적지 공항을 지나쳐 버렸다 해도, 충분한 연료를 싣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그렇지만 사고는 사고다. ㅎㅎ)


항공기에는 연료를 어떤 산정기준으로 얼마나 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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